새롭게 개관하는 미술공간 KIMI 키미가 개관전 Spirit을 선보입니다.
Spirit 전은 지난 해 12월 실시한 작가 공모 kimi for you에 따른 공모 기획시리즈 My KIMI의 I부입니다.
개관을 준비하면서 실시한 kimi for you 작가 공모에는 한달 간 140명의 작가가 공모해 주셨습니다.
참여해주신 작가들의 관심과 열정은 저희 신생 공간 KIMI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역할을 고민하게 해주는 소중한 힘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최종 선정된 14명의 공모작가들의 개성을 살리면서 KIMI의 기획과 어울리는 방법으로 My KIMI 시리즈를 2004년 1년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My KIMI 시리즈는 저희와 관객, 작가가 함께 KIMI 공간과 그 성격을 알아가고자 하는 전시입니다. 마치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런저런 면을 알며 친해가듯이 My KIMI 시리즈는 새 공간 KIMI의 성격을 한편의 다큐멘터리 같이 하나씩 짚어가는 형식을 띌 것입니다. 1부에서는 공간의 생김새와 구조, 그 안에 감도는 기운을 느끼고 2부에서는 섬세하고도 강렬한 감성의 힘을 느껴보며, 다음에는 주변의 환경과 그 안의 사람들과 삶을 만나는 일반적이고 자연스런 순서로 풀어가고자 합니다.
Spirit은 생명체의 마음과 정신을 뜻하는 말이지만 더 폭넓게 보면 어떤 대상에 전체적으로 감도는 기운이나 활기 혹은 혼, 정령을 이르는 말입니다. 흔히는 가시적 대상인 생명체의 정신이나 활기를 이를 때 쓰지만, 우리는 spirit of rock’n roll이나 60년대 시대정신 같은 말에서처럼 무생물체나 비가시적 대상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정신, 기운에 대해서도 이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어떤 집이나 장소, 가구 등에서 특유의 spirit을 감지하는 예가 많이 있습니다. Spirit 전은 KIMI라는 건물과 공간의 spirit, 즉, 이 장소와 건물의 형태, 구조에서 우러나는 독특하고 고유한 ‘KIMI성’을 느껴보는 전시입니다.
전시는 건물 입구부터 시작되어 갤러리 1, 2, 3, 4실과 계단, 카페, 카페 홀로 이어지며 전 공간을 하나의 설치작업으로 연출했습니다. 설치는 첫 방에서 기운이 충전되기 시작해 강약강약의 리듬을 주고 받으며 계단을 따라 올라가 2층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 나가는 리듬과 흐름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마치 집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듯한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단아하게 정돈된 인상이 들도록 노력했습니다.
2층 가장 안쪽의 KIMI Shop 프로젝트는 전시장과 아트 숍, 설치 작업과 아트 상품 간의 경계 선 상에 있는 실험적인 쇼룸 프로젝트입니다. 작가의 작업과 설치가 지켜지면서 동시에 한정판의 소품이 거래도 될 수 있는 작가별 맞춤 ‘숍’을 만들어 보는 시도입니다. 물론 KIMI Shop은 전시의 흐름선 상에 있으면서 기본 전시 테마와 연결되며 병행되어 달리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Spirit 전에 초대된 작가들은 주로 공간의 장소성에 민감한 작가들입니다. 이 때 장소성은 거창한 정치적, 사회적 측면을 말하기 보다는 공간, 장소 자체의 기본적인 생김새, 색채 같은 내제된 공간의 표현성을 이르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칫 전시가 건조한 모더니스트 형식 이론으로 치우칠까봐 억지로 고안한 자유로움과 헐렁함은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 해부터 계속되는 공사 과정을 지켜보고 그 안에서 개관을 준비하면서 가정집을 개조한 공간만이 갖는 중첩되고 복합적인 형태와 구조의 켜마다에서 배어 나오는 어떤 강렬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KIMI는 유명한 사적지도, 초현대적인 건축가의 건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상적인 화이트 큐브 형의 갤러리 요건에 맞지도 않습니다. 대신 KIMI 곳곳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얼마 전까지 살았던 흔적과 기억, 기운이 배어 있습니다. 문에 들어서는 사람마다 기다리며 반기시다 지금은 이미 돌아가신 어느 이름 모를 할머님의 방, 듬직한 벽난로 두 개가 실내를 덮히던 거실, 들리는 손님마다 모실 만큼 넉넉했던 식당, 햇살이 찬란한 부부방, 얌전한 온기가 가득한 아드님 방, 그리고 진지한 열정이 남아있는 서재…저희는 그런 옛 흔적을 지우고 덮어 새것처럼 만들기 보다 옛 방의 구획을 간직하면서도 효율적인 갤러리 구성을 갖추도록 공을 들였습니다.
남의 집을 들어서는가 하는 의구심으로 문에 들어서면 담백한 기하학 분할의 갤러리 공간이 나타나고, 방마다 벽으로 막힌 듯 하면서도 비스듬히 보면 한 눈에 열린 공간이 이어집니다. 현실의 기능만이 우선인 살림집 안에 환영처럼 문득 작품들이 놓여있습니다. KIMI는 전체적으로 복합성과 취사성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형태와 분위기가 모두 복잡, 미묘합니다. 모순되고 상충되는 힘이 진하게 그러나 경계선이 드러나지 않게 동시 충전되어 있습니다. 긴 시간대에서 우러나는 개인사의 축적과 그에 못지않은 등 뒤의 바위산 기운이 은근히 부딪히며 긴장감 있게 공존합니다.
초대된 작가들은 견고하고 단순한 선으로 형태와 구조를 만들며 그 안에 재현된 이미지 보다 선과 색에서 나오는 강렬한 기운을 잡으려 합니다. 때로는 보이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무엇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아무 의식없이 공기 펌프질만 반복하는 생명체 보다 강렬합니다. 작품을 보고 듣고 만져 보시면서 오감 너머로 감지되는 체취와 숨결, 소리와 기운을 직접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