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은 ‘촉각의 의한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각, 양감(量感), 중량감까지 동원되는 촉각(palpation)예술이다. 헨리 무어(Hennry Moore)에 의하면, “조각가는 어디까지나 형태를 가지고 철저하게 공간을 점유하는 것으로써 끊임없이 생각하고 포착하도록 노력해야한다. 손 안에 그 견고한 형체를 움켜쥐고 머릿속에서 모든 주변 그 자체로부터 하나의 복합적인 형태를 생각한다.” 이처럼 현대의 조각은 자신의 영역과 기법에 대해 보다 확실한 개념을 구축하고, 각자의 품위와 위대성을 표출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순수하고 힘찬 예술로서 자유롭게 존립한다.
곽동준 작가는 유리의 접합과 연마를 반복하면서 작품의 양감을 구현(具現)한다. 작가의 초기작업인 는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환영에 대한 고민을 율동적인 선구성(線構成)으로 표현했다. 유리의 접합으로 생긴 선이 보여주는 율동감은 유리 속에 운동력을 밀어 넣고 수없이 반복된 연마로 만들어진 매끄러운 표면은 오묘한 색과 빛의 조화를 발견할 수 있다. 색과 빛의 조화는 비로소 유리 조각에 생명감을 불어넣어 마치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번 展의 작품은 회화의 우연성과 거울을 통해 정면으로 빛과 충돌하며, 공간에 떨어지는 빛의 지배를 받는다. 작가는 겹겹이 붙인 유리판 사이에 거울을 끼워 작품이 스스로 발광함으로써 순수한 시각적 움직임을 파착(把捉)하게 한다. 유리층에 더한 회화적 기법은 정면성의 미동(微動) 즉, 정적인 구조 속에서도 명백한 움직임을 창조한다. 이러한 움직임의 환영은 조형성에 대한 빛의 딜레마에서 한 발짝 내딛은 작가의 성장을 내포한다.
시각적 감상을 넘어 우리의 상상 속에서 만져 보고 눌러도 보는 모든 감각에 의해서 얻어진 통합적 양감을 통해 유리 조각만이 가진 고유한 정서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