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술 창작은 행위와 작업을 전제로 하는 기본 원칙을 갖는다. 따라서 예술은 마티에르를 작품으로 만드는 특수한 작업의 결실로서 주어진 오브제가 아니라 새롭게 구축된 오브제이다. 곽동준은 유리라는 물성 특유의 실제적 에너지에 자유로운 활동 반경을 내어주는 방식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재료의 변화-연화(軟化), 압축, 팽창, 응축-은 작가가 자연적 요소를 예술로 변환시키기 위한 일련의 실험적 창작 행위라고 할 수 있다.이 실험적 예술은 다양한 모습을 취하는 ‘우연’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차적 마티에르가 된다.
이번 전시는 ‘유리 안에 담긴 회화, 회화를 담은 유리’라는 모티브로 관객에게 접근한다. 작가는 더 이상 형태를 이루거나 똑바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고유한 특성에 내맡겨진 마티에르의 자율적이고 부드러운 표현을 주시한다. 그는 무형의 틀에서 벗어난 선의 중첩, 빛, 그림자라는 견고하지 않은 불확정적인 요소로 된 형상을 표현한다. 기존 작품에서 보여준 율동적인 선구성은 양감을 구현하는데 작용했던 덩어리에서 등장했다. 하지만 마티에를를 다루는 완숙한 경지의 작품 대신에 확신없는 작업, 즉 불확실한 재료들을 이용하면서 그 재료들의 모든 가능성을 시험해보려는 ‘틀 안에서의 자유로움’을 연상시킨다.
이번 < 빛의 영원성 >展의 작품은 ‘우연’의 사용과 중첩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형태의 탄성을 이용한 것일 수도 있다. 유리에 새겨진 자유로운 선들은 일반적 도식을 거부하는 가변적 형상이 내포하는 풍부한 다의성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 혼란스런 탄생의 흔적을 통해 작가는 원래의 재료를 가공해서 익숙해진 문화적 작품을 창조하는 전통적 예술 행위의 개념을 바탕으로 마티에르에 대한 관심, 그 잠재적 가능성과 특성에 대한 연구를 통한 예술가로서의 점진적 이행단계를 묵묵히 정련(精鍊)한다.
*마티에르: 1. 재료, 재질, 소재(material [영]).
2. 재질감(texture [영]). 표현된 대상 고유의 재질감을 가리키는 경우와, 작품 자체 표면의 평활(平滑)함과 울퉁불퉁한 질감 등 소재의 선택, 용법에 따라 창출한 표면 효과. 그림의 경우에는 화면의 질감을 의미할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