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나태주-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출판사. 지혜
이지은은 삶의 진중한 의미를 반추하게 하는 개념적인 의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스스로 전하고자 하는 것을 개념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다양하고 적절한 사물, 기법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2021)과 (2022) 연작은 꽃을 형상화한 작업들로 형과 색, 윤곽들을 통해 시들어 가는 꽃을 표현하며 대립적인 요소가 한 짝을 이루는 설정과 이를 가로지르는 역설적인 의미들을 담아낸다. 상술한 것처럼 조형적인 시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조각가로서 보이는 것들, 겉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전달하기 위해 가시적인 형상들을 활용하고 있다. 시들어 가는 꽃을 형상화하는 반면, 영원히 시들지 않는 견고하고 단단한 스테인레스 스틸로 이를 표현한다. 작품 속에 시든 꽃은 무르익어 이내 지고 만다. 하지만 작가는 또 다른 생으로 거듭나는 꽃의 근원적인 의미, 곧 죽음과 삶의 경계면에 자리한 변화의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삶으로 재생, 부활되는 생명의 본질적인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작가는 제재subject matter에 감정적 의미를 부여하여 작품의 주제를 일련의 상징으로 표현한다.
------------------------------------------------------------
< 화중지화, 꽃 속의 숨은 뜻을 품고 있는 > 中 발췌
민병직(독립기획)
피고 지는, 그렇게 꽃은 가장 찬란한 생의 한 순간을 위해 한껏 피었다가 이내 시들어버리기에 그토록 애틋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활짝 핀, 형형색색의 다기한 형상들만이 꽃의 전부가 아니라 이처럼 이내 사라지고 마는 존재론적인 유한성으로 인해,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죽음을 향한 마지막 찰나의 순간까지 무한한 아름다움으로 피어나려 하는 역설적이지만 외면할 수 없는 본원적인 의미들로 인해 더욱 강렬한 느낌들로 자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꽃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면모들이 생의 숱한 사연들로 때로는 화려하게 빛나기도 하지만 결국은 아스라이 지고 마는 우리의 유한한 삶, 그 덧없기조차 한 생의 무상함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꽃은 겉으로의 가시적인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하는 우리 생의 내밀한 이치마저 곱씹게 만든다. 숨기지 않으면 꽃이 아니라는 어떤 이의 말처럼 꽃은 다채롭고 향기로운 자태들만큼이나 우리 생의 은밀한 비의들마저 못내 감추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러한 모순적인 생의 비밀들을 숨기고 있었기에 더욱더 화려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꽃이 전하는, 혹은 숨기고 있는 모순적인 의미들일 것이다. 전시장 가득 수놓은 작가의 꽃들이 전하는 것도 이처럼 눈에 보이는 바대로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그 이면의 감추고 있는 또 다른 진실, 이에 대한 어떤 깊이 있는 깨달음으로 향한다. 그런 면에서 작가가 다루고 있는 꽃은 화중지화(花中志花), 곧 꽃 속의 숨은 뜻을 품고 있는, 또 다른 의미의 꽃들로 자리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