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그림’이라는 단어를 물질적인 것, 색이 칠해진 화폭, 혹은 최소한 눈에 보이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 예를 들면 ‘표식’, ‘진정한 의미’, ‘심상心象’을 찾아내길 욕망한다. 형상들을 빚은 작품들은 이미 과잉 상태임에도 불구하지만 심미안을 통한 그 의미를 하나하나 알기에는 우리에게 여전히 수수께끼와 도전으로 남아 있다. 작품 속 형상은 무의식의 언어이다. 무의식은 각자의 감정의 결에 따라 나만의 언어가 된다.
누구나 마음 속에 각자의 형상이 담긴 ‘감정서랍’ 하나 또는 여럿 은밀하게 갖고 있기 마련이다. 4명의 작가들은 그들이 지닌 서랍 속 감정의 촉수를 섬세하고도 정교하게 나만의 언어로 표현했다.
김명실의 비전(vision) 시리즈는 서로 다른 세계의 공존을 표현한다. 드로잉, 종이모형, 페인팅 이 세 가지 과정을 거쳐 서로 이질적인 층위들을 점진적으로 쌓아간다. 작업의 원동력은 경계와 경계를 넘나들고 상호작용하는데 추상과 구상, 평면과 입체, 익숙함과 낯섦, 이미(already)와 아직(not yet), 시각과 촉각, 현실과 현실 너머의 세계가 상호 공존하는 비전(vision)이 담겨있다.
안지혜는 ‘흡수되지 못한 채 겉도는’ 불안과 긴장을 유발하는 공간을 선의 경계들로 구성한다. 작품은 앞뒤 공간의 꼬임이 반복되고 시각적 합(合)을 이루지 못한 채 화면 위에 시선이 겉돌게 된다. 마치 어떤 공간 안에 흡수되지 못한 채 유리한 상태의 나를 마주하는 것 같다. 모순된 공간, 어긋난 선, 모호한 경계들은 불안과 긴장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험의 시각장을 표현하고 있다.
정진주는 사운드와 미디어의 조합을 통해 시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감성적 소통을 제공하는데 구원과 위로,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의 시각은 생각만해도 좋았던 시절, 시기, 공간을 떠올리며 찬란한 노스텔지어, 현대 사회의 어그러진 불평 고난, 그리고 아픔을 이겨내기 위한 위로, 희망, 기쁨, 사랑과 행복을 통한 삶의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일깨워준다.
한수연은 소외된 인간적 정황을 표출한다. 이방인으로서 느꼈던 외로움, 무기력과 같은 달갑지 않은 감정들이 일렁이는 불길 속에서 떠오른다. 인간성이 사라지고, 비난이 난무하는 사회 속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보며 체념과 넋두리를 하다가도 어딘가엔 우리가 쉴 수 있을 평화로운 공간과 평안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는 인생에 대한 기대로 기도하듯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