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재현할 수 있을까?”
재현이란 작품이 그 자체를 넘어선 어떤 주제를 언급하는 상징적인 과정이다. 과거 원시시대의 동물벽화는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고, 여신상은 다산을 기원하는 수단으로써 시각적 상징이 제의적 순간이나 시도를 재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과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기억을 작품에 끌어들인 이유 중 하나는 기억에 대한 개인사적 사건을 기록하고 설명하기 위한 욕구이다. 특정 사건의 핵심적인 순간을 재현함으로써 기억을 시각화 하는 것이다.
이번 < > 전시의 작가들은 저마다의 이야기 속 기억의 이행을 다양한 형태로 작업해 선보인다.
마크앤솔은 수술대에 올랐던, 그 강하고 짙은 알코올 냄새로 뒤덮인 공간 속에서 오롯이 나만 바라봤던 기억을 작품에 녹여내고자 휴지, 알코올, 마스킹 테이프 같은 독특한 매체로 작업했다. 두꺼운 양감 위에 흩뿌려진 물감은 마치 역동적인 기억의 순간을 붙잡아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박정현은 기억이 곧 ‘나 자신’으로 여긴다. 기억의 모순성(생생하지만 흐릿함, 정확하지만 부정확함), 소멸성, 왜곡성에 물음표를 가지지만 이내 자신을 붙잡는데 발버둥친다. 하지만 작가의 기억은 그 대상을 둘러싼 질서와 혼돈이 뒤섞인 왜곡된 형태를 고정된 구성 안에서 결합시킴으로써 파편화시켰다. 최운영은 미국 생활 중 인간의 욕망과 책임감, 대립과 갈등 속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필요한 소통을 모티브로 작품에 위트를 넣거나 추상적 언어를 쓴다. 특히, 언어와 이미지의 결합은 관객이 해석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함으로써 스스로 ‘저자’ 또는 ‘작가’가 될 수 있는 몫을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