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옥 작가는 시간에 따른 감응의 변화를 정제하여 오방색을 바탕으로한간색과 작가만의 브러시 스트로크로 화폭에 담아 회화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최근3년간 제작한 회화에서는 지난 전시에서 선보였던 작업의 새로운 면모들을 발견할수 있다. 첫 번째로 작가만의 특수 화법이라고 할 수 있는 돌려 찍는 점묘기법이 이제는 작가의 그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표면성으로 드러나고 있다. 선을 그리듯이 점을 찍는 행위는 단순히 미술적 방법에 그치지 않는다. 회화의 표면을덮는 행위는 어떤 정도를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반복되고 수행적인 성격을지니게 되었다. 점 하나를 한 번의 행위로 인해 만들어 나가며 화면에 수많은 붓질이 병렬된다. 이후에 보이는 회화의 표면은 화가의 행위와 맞닿은 시간성을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사실 작가의 회화 표면의 하부 층위에는 여러 겹의 색과 형상이 있다. 흥미로운점은 하나의 층위는 온전히 하나로 완결된 그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대별로 충실히 완성한 그림들은 그때 그때의 표면이자 시간의 지층으로 구성된 회화로 남게 된다. 작가만이 아는 하부 층위에 존재하는 그림들은 점차구체적인소재를 가지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1995~1997년에 천착한 ‘Still Life’의 정물 혹은 자연의 모습이거나 2010년 《능혜》에서 선보인 나무와 산 그리고 꽃에 지정한 색채나 형상처럼 그려졌다. 그 모습이 보다 구체적이고 색감은 다채로워지고있다. 완성된 그림 위에 다시 새로운 그림을 덮는다. 가령 이번 신작 중, 자색을 주조색으로 하여 대지의 아득한 지평선을 표현한150호 그림과 세 개의 커다란 붉은 불꽃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보라색이 돋보이는 대작에는 화려한 꽃들이 만발한 층위가 있다.
그의 회화 연대기에서 꽃과 자연물이 회화의 층위를 구성하는 경향은 백미옥 작가가 그동안 행해 온 작업을 다시 소환하고 다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과거와현재를 연결하는 새로운 시점을 획득한다. 실제 그의 전시에서 과거 작품을일부선별하여 신작과 이전 작을 연결함으로써 작품 세계 전체를 새롭게 조명하는전시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 근간에는 이전 작들을 과거에 일단락된 이전의 것으로 남겨두기보다는, 현재라는 시간과 끊임없이 조응하게 하려는 무의식적인 직관으로점철된 의도가 숨어있다. 이러한 회화에 대한 태도는 화가로서 지금의 시점에 그리는 행위에 대해 근원적인 답을 찾고자 구도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또한 그의 손으로 남긴 그림의 존재 이유에 대해 연쇄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물음을스스로 던져놓는 방식일 수 있겠다.
백미옥 작가의 회화는 지금을 거슬러 과거로, 점차 태초로, 인간의 손길이 닿지않은 시간의 영역에 닿길 바라는 인간이자 화가의 바람이 담겨있다. 그래서 그의 회화를 이루는 색감 또한 한국 전통 문화에 스민 오행과 방위를 상징하는오방색으로 변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업 30년이 되는 지금의 시점에서도, 그의 다층적인 회화가 이루고자 하는 해답과 의미를 규정하지 않고 탐구를 통해 겸손하게 유보하고 있다. 별과 불의 기원을 감히 알 수 없지만 자신과 현존한다는 숭고만으로 인간적인 위안을 얻듯이, 화가로서 그 감응을 담아내는 것은 개인의 사유이자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는 숙명이기도 하다. 회화로써 과거와 현재를 잇는 화가의 개인적인 행위는 어느새 그가 나아갈 미래를 가리키고 있다. 이렇게 그리는 행위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새롭게 직조한다. 백미옥 작가는 자신의 존재 이유이자 작품이 현존하는 의미를 지금이라는 시간과 연결시키며 회화를 통해 치열하게 표현한다. 먼 훗날 그의 회화가 광범위한 통일된 전체를 이루리라는 것을 직감하며 스스로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박정원(페이지룸8 디렉터)